[APEC] APEC 정상회의가 남긴 유산: 소외를 넘어 '로컬 MICE'의 지속가능성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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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2-20 19:12본문
APEC 정상회의가 남긴 유산: 소외를 넘어 '로컬 MICE'의 지속가능성을 향하여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25만 중소도시에서도 세계적 규모의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는 저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편, 지역 MICE 업체들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이에 동국대 MICE관광산업연구소는 지난 1월 『Post APEC 경주 MICE산업 생태계 조성 워크숍』을 열었다. 지역 MICE관계자들과 함께 성공적 개최라는 성과에 가려졌던 지역 생태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향후 경주 MICE 산업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앞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남긴 유산이 제대로 지역의 MICE산업 생태계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지역 업체의 실질적 참여를 위하여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역 업체의 소외 문제다. 대규모 국제 행사가 중앙 정부와 수도권 대형 기획사(PCO)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업체들은 입찰 자격조차 얻지 못하거나 단순 하청 업체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심지어 지역 업체가 비교 견적서 제출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기도 했다는 고백은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잔치는 요란했지만 실제 경제적 효과는 물론 국제회의 개최 역량 역시 지역에 남기보다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지역에도 충분히 역량이 되는 업체들이 있지만 어디에 어떤 업체가 있는지 사전 파악도 되지 않았고, 그들을 연결해 줄 주체도 없었던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 개최라면, 지역 업체를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정의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참여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2. '경험의 단절'을 막는 데이터 자산화와 인력 양성
행사 종료와 함께 축적된 노하우가 사라지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되었다. 경주시는 ‘포스트APEC본부’를 설치하였지만 MICE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은 없다. APEC준비 지원단이 해체되면 실무 지식이 단절되고, 지역 업체들이 수행한 업무 역시 데이터화되지 않아 노하우 전수가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포스트 APEC' 조직에서는 APEC을 통해 축적된 경험적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활약한 대학의 인재들이 일회성 자원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마이스 산업의 주역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산·학 협력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3. 경주다운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재발견
갈등 속에서도 경주만의 독보적인 가치는 빛난 것으로 보인다. 50년 전 설계된 보문단지의 공간적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했고, 황리단길과 같은 로컬 명소는 국빈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세련된 시설을 넘어, 유네스코 유적과 연계한 '경주형 로컬 투어'나 지역 고유의 상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경주는 표준화된 국제회의 도시를 넘어, 도시 전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차별화된 MICE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4. 성장의 변곡점: 지역 업체의 자기 객관화와 체급 강화
무엇보다 큰 수확은 지역 업체들이 겪은 '실전적 성장'이다. 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 운송사업을 넘어 전문화된 '마이스 수송 산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국제적 기준의 의전과 운영 체계를 현장에서 직접 학습했다. 비록 APEC에서 소외된 업체들이 많고 일부 참여한 업체들이 겪은 과정도 쉽지 않았으나,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갖춰야 할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는 지역 MICE 생태계가 한 단계 높은 체급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MICE 산업은 각기 다른 악기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지자체, 대학, 그리고 MICE 전문 기업은 물론, 숙박, 수송, 기념품, 식음 등 다양한 유관 분야의 전문 업체들이 조화로운 협력을 이룰 때, 경주는 비로소 진정한 MICE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지역의 MICE 산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바로 APEC의 유산을 경주에 남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개최될 PATA총회나 또 다른 국제회의를 유치해 왔을 때는 지역이 중심이 되어 메가 이벤트를 치러낼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 이번 APEC은 그 화려한 연주의 끝이 아니라, 경주만의 독창적인 교향곡을 만들어 가기 위한 서막이 되어야 한다.
김남현 (동국대 MICE관광산업연구소 소장/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